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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틈새에서 희망의 빛줄기를 찾아

2023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 리뷰

by 김선일2023-08-21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가 발간됐다. 이 조사는 1998년부터 한국인의 종교 실태와 신앙 의식을 파악하기 위해서 시작되었고, 2012년부터 5년 단위로 이번과 같은 체계를 갖추었다. 이 조사는 현재 한국 기독교에 대한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한 영역에 대한 종단연구의 성격을 지닌 가장 유용한 자료를 제공한다. 


그동안 한국 기독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조사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조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종교인구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대와 30대의 비종교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종교 이탈률에서 개신교가 가장 높다. 교회 다니다가 떠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 추세 또한 꾸준하다. 기독교의 핵심 교리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믿음과 윤리적 신념도 약화하고 있다. 


교회 다니지 않는 그리스도인, 이른바 ‘가나안성도’는 조사 때마다 올라서 이제 거의 30퍼센트에 다다른다. 2012년 조사에서 10.5퍼센트였는데, 2017년 조사에서는 23.3퍼센트, 이번 2023년 조사에서는 29.3퍼센트까지 치솟았다. 개신교인 10명 가운데 3명이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교회가 없는 셈이다. 비종교인들의 종교별 호감도에서 개신교는 불교(32.9%)와 천주교(29.9%)는 물론이고 유교(11.3%)보다도 낮은 6.8퍼센트가 나왔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개신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가가 이제는 종교로서의 영향력을 거의 상실한 유교나 토속 신앙이나 미신 취급받는 샤머니즘(3.9%) 사이에 위치했다는 결과는 쓰라리다. 


그런데 이번 조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 교회가 가능성과 방향성의 좌표를 찍을 수 있는 몇 가지 결과들이 있다. 이를 긍정적인 혹은 희망적인 결과라고 말하면 자기 위로의 정신 승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희망을 찾아서 교회의 사역을 보완하고 갱신하기 위한 지표로 본다면 유용하리라 본다. 이러한 차원에서 다음의 열 가지 결과에 주목한다. 


1. 젊은 기독교: 29세 이하에서 개신교 인구는 불교와 천주교에 비해서 훨씬 높다. 20대의 개신교 인구는 11퍼센트로 불교(3.5%)보다는 3배, 천주교(4.5%)보다는 2배 이상이 높다. 30대에서도 개신교 인구는 14.6퍼센트인데, 이는 불교(4.7%), 천주교(4.8%)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물론 젊은 세대에서 종교인구와 개신교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는 젊은 층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친밀한 종교이다.


2. 개종 의향 종교: 종교가 없는 이들에게서 향후 개종하거나 믿고 싶은 종교로 개신교가 1순위로 나타났다(32.1%). 응답 표본이 91명에 불과하고, 천주교(30.2%)나 불교(29.7%)와 별 차이가 안 나지만, 조사 이래 처음으로 개종 의향 1순위 종교가 된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3. 가족 종교: 개신교는 가족 구성원들의 종교 일치도가 가장 높다. 개신교가 가족 종교화되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외연 확장 없이 기존 개신교인들만의 재생산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지표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여전히 가족 내 유대감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이는 잠재성도 지닌다. 가족 사이에 종교가 다를 경우 신앙이 더욱 절실한 가족에게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다만, 개신교 부모들의 자녀 신앙교육 여부가 지난 조사에 비해서 하락한 것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4. 종교적 귀속성: 현재의 종교를 바꾸거나 포기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개신교인은 15.4퍼센트가 그러한 의향을 나타냈다. 불교인은 20.8퍼센트, 천주교는 16.2퍼센트로 그럴 의향이 있다고 했다. 개신교인이 가장 강한 종교 귀속성을 보인다. 이는 전반적인 신앙 활동에서 개신교인이 가장 높은 것과도 상응한다. 


5. 신앙적 정체성: 신앙생활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도 개신교는 개인적인 요소보다는 종교적인 요소를 더 많이 선택한다. ‘구원과 영생을 위해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응답은 개신교의 경우 35.9퍼센트인데, 불교는 2.7퍼센트, 천주교는 7.2퍼센트에 불과하다. 불교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개신교와 뿌리가 같은 천주교와도 큰 차이가 난다. 구원의 확신에서도 개신교인은 66.9퍼센트가 ‘있다’고 대답했지만, 천주교는 47.7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6. 가나안성도의 귀환: 가나안성도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그들에게 교회 재출석 의향을 물었을 때, 그들의 42.9퍼센트가 다시 교회로 돌아올 마음이 있다고 답했다. 신앙단계가 높고, 소그룹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경우에 더욱 재출석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 가나안성도를 교회와 무관하거나, 분리된 자들로 단정 짓지 말자. 그들 중 상당수는 교회가 갱신된다면 돌아올 마음이 있다!


7. 성경 공부와 봉사에 대한 관심 증가: 교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봉사활동이 22.9퍼센트, 성경공부 모임 참여가 22퍼센트로 가장 높게 나왔다. 성경공부 모임은 2017년보다 9.2퍼센트의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다.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들도 2017년의 55.2퍼센트보다 대폭 감소한 27.7퍼센트로 나타났다. 향후 교회 활동에 대한 참여 의지도 이전 조사보다 크게 높아졌다. 


8. 가족 외의 전도: 가족 종교화가 심화하는 가운데도, 전도를 한 개신교인들의 경우에는 전도 대상에서 가족보다 친구/선배, 이웃/친척의 비율이 높아졌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친구/선후배를 전도했다는 응답(20대=50.8%, 30대=54.4%)이 높게 나왔으며, 60세 이상은 이웃(45.6%)이 가장 높게 나왔다. 이는 연령별로 어떤 대상에게 전도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전략적 포인트가 된다.


9. 신앙의 촉매로서 소그룹: 여러 조사에서 소그룹 참여자들이 신앙생활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신앙 정체성과 소속감이 높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온다. 교회 재출석 의향이 있는 가나안성도에서도 과거 소그룹 경험자들이 많다. 개신교는 소그룹 소속 비율에서 다른 종교보다 높다. 소그룹이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유력한 신앙 공동체의 유형인 것은 분명하다. 


10. 기독교 이미지 형성의 주체: 비개신교인들이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주변 교인들의 언행’(30.1%)이 가장 높게 나왔다. ‘목회자/교회 지도자의 언행’(25.2%), ‘매스컴 보도’(17.9%)가 그다음이다.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낮아진 책임을 목회자나 언론에만 돌릴 것이 아니다. 목회자와 교인 모두를 포함한 하나님 백성의 변화된 삶이 중요하다. 교회는 새로운 성품과 습관을 형성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열거한 희망을 찾기 위한 열 가지 조사 결과는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부정적 인식을 상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여전히 한국 교회에는 위기의 경종이 훨씬 선명하게 울린다. 그러나 반복되는 부정적 진단에 익숙해지고 관성이 생긴다면 더욱 위험하다. 전략 차원에서는, 우리의 약점과 잘못을 반성하고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우리 앞에 놓인 가능성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희망을 찾아 나서는 걸음을 더욱 힘있게 할 것이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한 것은 악인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 성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은 악인이 아닌 ‘의인 열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창 18:16-33). 한국 교회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를 지적하고 한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음의 효능을 삶으로, 공동체로 증언하는 겸손하고 신실한 하나님 백성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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